기획을 고도화할수록 재미와 필요성이 약하다는 걸 확인한 MVP 기록
박혁기 · 난이도 쉬움

필요도 재미도 분명하지 않은 아이디어는
2026년의 나를 끝까지 움직이게 하지 못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최종적으로 완성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일주일 동안 기획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웹서비스 형태까지 만들어보려고 했다.

프로젝트 이름은 답장 세탁소였다.
온라인에서 새롭게 알게 된 이성(소개팅 / 어플과 앱 / 인스타그램 DM 만남 등)을 아직 만나지 않았거나 충분히 친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답장을 보내야 호감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도와주는 서비스였다.
처음에는 서비스 이름도 나쁘지 않았고 답장을 세탁한다는 세계관도 다양한 UI 요소로 확장하기 좋아 보였다.
하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타겟을 좁히고 기능과 사용자 흐름을 설계한 뒤 1차 UI 시안까지 만들어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서비스를 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마음보다 이미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커지고 있었다.
결국 답장 세탁소는 본격적인 개발 단계까지는 넘어가지 않고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다만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MVP는 반드시 작동하는 서비스로 완성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며 계속 만들 이유가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검증 결과라는 점을 배웠다.
| 구분 | 내용 |
|---|---|
| 프로젝트명 | 답장 세탁소 |
| 프로젝트 형태 | 모바일 웹 기반 MVP |
| 진행 방식 | 일주일 안에 완성하는 소규모 프로젝트 |
| 상위 아이디어 | 이성간의 초기 관계 형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 |
| 테스트한 세부 문제 | 호감 있는 상대와 만나기 전 텍스트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어려운 문제 |
| 핵심 가설 | 초기 관계에서 답장의 말투와 거리감을 맞춰주는 도구에 실제 사용 가치가 있는가 |
| 주요 기능 | 메시지 입력, 대화 맥락 입력, 관계 단계 선택, 답장 추천, 답장 복사 |
| 진행 단계 | 문제 정의, 타겟 설정, 기능 설계, 모바일 UI 플로우 설계, 1차 시안 제작 |
| 최종 결정 | 서비스로서의 필요성과 제작 동기가 약하다고 판단해 개발 이전에 중단 |
초기에 설계했던 사용자 흐름은 다음과 같았다.
Splash Screen
↓
Landing / Hero Screen (핵심 메시지)
↓
상대방의 마지막 메시지 입력
↓
최근 대화(맥락 파악)와 내가 보내려던 답장 입력
↓
관계 단계와 원하는 답장 톤 선택
↓
답장 세탁 중
↓
추천 답장 확인 및 복사 혹은 다시 생성
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기획하는 일은 좋아하지만 실제 결과물로 완성하는 속도는 빠르지 않은 편이다.
머릿속에서는 여러 아이디어가 계속 생기지만 시작하기 전부터 너무 많은 것을 고민하거나 처음부터 완성도를 높게 잡아 실행이 늦어질 때가 많았다.
그래서 2026년에는 처음부터 수익화가 가능한 완벽한 서비스를 찾기보다 다양한 재밌는 아이디어를 직접 기획하고 구현해보면서 경험을 쌓아보고 싶었다.
문제를 정의하고 타겟을 설정하고 핵심 기능을 줄이고 화면을 설계하고 간단한 형태로 실제 구현까지 이어가는 경험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생각한 방식이 7일 1프로젝트였다.
완벽한 하나의 프로젝트보다 작더라도 여러 번의 기획과 실행
수익화나 매출 검증보다는 '일단 해보자'의 느낌이 강했던 생각
각 프로젝트가 반드시 사업이 되거나 수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아이디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뤄보면서 서비스 기획, UI·UX 설계, 프로토타이핑, 바이브코딩 경험을 반복적으로 쌓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방향 자체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분명하게 알게 된 점이 있다.
단순하게 빠른 실행과 성급한 아이디어 선택은 다르다.
일주일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앞서면 충분히 필요하거나 재미있다고 느끼지 않은 아이디어도 억지로 프로젝트로 만들게 될 수 있다. 답장 세탁소는 그 차이를 직접 확인하게 해준 첫 번째 사례였다.

합계 출산율 출처 : KOSIS

여전히 폐쇄적인 연애시장
답장 세탁소는 처음부터 독립적인 답장 생성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나는 이전부터 한국에서 유난히 도드라지는 출산율의 저하, 연애와 결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일이 왜 점점 어렵게 느껴지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소개팅 앱과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면 새로운 사람과 연결될 수는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사람을 연결해준다는 것만으로 실제 관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결된 이후에도 실제 만남으로 넘어가기까지 여러 단계의 병목이 존재한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제외했을 때
서로를 알게 된다
↓
온라인으로 첫 대화를 시작한다
↓
며칠 동안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
상대방의 호감과 반응을 확인한다
↓
실제 만남을 제안한다
나는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어디에서 막히는지 생각해보고 싶었다.
규모가 큰 소개팅 서비스를 처음부터 설계하기보다 관계가 시작되는 가장 앞부분에서 발생하는 작은 마찰 하나를 떼어내 검증해보려 했다.
내가 생각했던 불편 중 하나는 아직 만나지 않은 상대와 텍스트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이었다.
호감은 있지만 아직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평소보다 한 문장을 보내는 데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너무 담백하게 답하면 관심이 없어 보일 수 있고 반대로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소개팅이 아니라 면접처럼 보이기도 한다.
호감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호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대화가 막힐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에서 답장 세탁소 아이디어가 시작됐다.
상위 문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시작하고 이어가는 일이 어렵다
세부 가설
만나기 전 텍스트 대화에서
말투와 거리감을 잡기 어렵다
테스트 형태
상대방의 메시지를 입력하면
현재 관계에 맞는 자연스러운 답장을 AI가 추천한다
답장 세탁소는 내가 생각했던 소개팅 서비스의 전체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이라기보다 관계가 시작되는 첫 구간의 마찰을 확인하기 위한 MVP에 가까웠다.
답장이라는 소재에 세탁소 세계관을 결합하면 실용성과 가벼운 재미를 함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용자가 상대방의 마지막 메시지와 최근 대화 내용을 입력하면 현재 관계와 원하는 분위기에 맞는 답장을 추천하는 구조였다.
입력 항목은 다음과 같이 구성하려고 했다.
필수 입력
- 상대방이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
선택 입력
- 최근에 주고받은 대화 (맥락 파악에 대한 디테일)
- 내가 보내려고 했던 답장 (원하는 톤과 답장 느낌 확인)
옵션 선택
- 현재 관계 단계
- 원하는 답장 분위기
추천 답장도 하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방향으로 나누려고 했다.
| 답장 유형 | 목적 |
|---|---|
| 안전 코스 |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보낼 수 있는 답장 |
| 자연 코스 | 대화를 조금 더 이어가기 좋은 답장 |
| 호감 한 스푼 | 과하지 않게 호감을 표현하는 답장 |
서비스명에 맞춰 세탁소의 언어를 UI에 활용할 수도 있었다.
- 면접식 질문 얼룩 제거
- 플러팅 농도 조절
- 어색한 말투 헹구기
- 장문 수축 완료
- 바로 전송 가능
처음에는 가볍고 재미있는 마이크로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용자가 혼자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정말 친한 사람에게는 "이거 은근 쓸 만하다"라며 공유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큰 소개팅 서비스 아이디어의 일부를 검증하면서도 그 자체로 하나의 재미있는 결과물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문제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나타났다. 처음 세운 큰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했다.
새로운 사람과 연결되는 것뿐만 아니라 연결된 이후 관계가 이어지는 과정에도 분명 여러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존재한다고 해서 그 안에서 떼어낸 모든 작은 문제가 하나의 독립된 서비스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답장 세탁소를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호감 있는 상대와 만나기 전 텍스트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운 문제가
사용자가 별도의 서비스를 찾아 사용할 만큼 강한가?
기획을 고도화할수록 이 질문에 확신 있게 답하기 어려워졌다.
텍스트 대화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웹서비스를 열고 상대방의 메시지와 대화 내용을 입력하고 관계 단계와 원하는 말투까지 선택할 정도로 강한 문제인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문제가 존재한다
≠
독립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이미 많았다.
정확한 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근 대화, 관계 단계, 원하는 톤 등 여러 정보가 필요했다.
하지만 입력 항목이 늘어날수록 가볍게 사용하는 서비스라는 초기 장점이 약해졌다. 반대로 입력을 줄이면 일반적인 답장 생성 기능과 차별점을 만들기 어려웠다.
입력 정보를 늘리면
→ 사용 과정이 번거로워진다
입력 정보를 줄이면
→ 결과의 차별성이 약해진다
기획을 고도화할수록 서비스가 더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서비스가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문장이 계속 길어졌다.
한국의 소개팅과 관계 형성이라는 큰 관심사는 분명했지만 첫 번째 테스트 지점으로 선택한 답장이 가장 중요한 병목인지는 알 수 없었다.
또한 문제를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답장 추천이라는 해결 방식이 약한 것일 수도 있었다.
여기서 처음으로 문제와 해결책을 분리해서 바라보게 됐다.
상위 문제에 대한 관심
O
선택한 세부 문제의 존재
O
독립 서비스로서의 필요성
△
현재 해결 방식의 임팩트
△

처음 웹 기반 UI

수정 후 모바일 버전
아이디어를 머릿속에서만 판단하지 않기 위해 모바일 앱 형태의 1차 UI 시안을 만들었다.

전체 화면은 다음과 같이 일곱 개의 단계로 구성했다.
| 순서 | 화면 | 역할 |
|---|---|---|
| 1 | Splash Screen | 브랜드와 세계관의 첫인상 전달 |
| 2 | Landing / Hero Screen | 사용자의 문제를 설명하고 사용 유도 |
| 3 | Primary Input Screen | 상대방의 마지막 메시지 입력 |
| 4 | Context Input Screen | 최근 대화와 내가 보내려던 답장 입력 |
| 5 | Preference Selection Screen | 관계 단계와 원하는 답장 톤 선택 |
| 6 | Processing / Loading Screen | 답장 세탁 과정 표현 |
| 7 | Result / Output Screen | 추천 답장 확인 및 복사 |
디자인은 흰색 기반에 핑크 포인트를 사용하고 부드러운 3D 오브젝트와 버블을 활용해 세탁소 세계관을 표현했다.
모바일 앱형 화면 흐름과 답장 카드, 복사 버튼도 시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 확인한 부분 | 판단 |
|---|---|
| 모바일 앱형 화면 구조 | 구현 가능 |
| 흰색과 핑크 기반 디자인 | 서비스 분위기와 어울림 |
| 세탁소 세계관 | 로딩 화면과 결과 라벨에 활용 가능 |
| 답장 카드와 복사 기능 | 핵심 기능으로 구성 가능 |
하지만 화면이 구체적으로 보일수록 서비스에 대한 확신이 커지지는 않았다.
가장 많이 막힌 부분은 첫 화면의 후킹 문구였다.
답장은 보내야겠고
말은 안 떠오를 때
아직 안 친한데
답장은 이어가고 싶을 때
호감은 있는데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를 때
문구를 수정할수록 타겟은 조금씩 구체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카피가 정교해진다고 해서 서비스의 필요성까지 강해지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문장이 약해서 후킹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속 문구를 다듬다 보니 카피의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가 해결하려는 문제와 결과의 힘 자체가 약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 화면도 마찬가지였다.
세탁소 세계관과 디자인을 아무리 더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받는 것은 추천 답장 몇 개와 복사 버튼이었고 사용자가 결과를 보는 순간 느낄 만한 새로움이나 임팩트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1차 시안은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이 아이디어의 한계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 프로토타입이었다.
프로토타입을 통해 확인한 것은 단순히 UI의 완성도가 아니었다.
더 큰 소개팅 서비스 가설 안에서 답장 지원이라는 기능이 독립적인 제품으로 설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 문제는 존재했지만 별도의 서비스로 분리할 만큼 사용 동기와 결과의 임팩트가 강하지 않다는 판단에 가까워졌다.
만들 수 있는 것과 만들고 싶은 것은 달랐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다.
답장 세탁소는 처음부터 내가 반드시 만들고 싶었던 아이디어라기보다 7일 1프로젝트에 어울리는 가볍고 재미있는 소재를 찾다가 선택한 아이디어에 가까웠다.
답장이라는 소재에 세탁소 세계관을 결합하면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는 서비스 자체를 재미있게 느낀 것이 아니라 재미있어 보이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여러 요소를 끼워 맞추고 있었다.
답장
+
세탁소 세계관
+
핑크 기반 UI
+
3D 오브젝트
+
위트 있는 로딩 문구
각각의 요소는 따로 보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요소를 계속 추가해도 내가 이 문제를 더 깊게 탐구하고 싶다는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기획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이어야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억지로 살려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7일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도 영향을 줬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아이디어를 충분히 검토하기보다 일단 하나를 선택하고 빠르게 기능과 화면을 채우려는 마음이 앞섰다.
그 결과 실제 개발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프로젝트에 대한 에너지가 떨어졌다.
처음부터 내게 필요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아이디어는
디자인과 세계관을 더한다고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되지 않았다.
7일 1프로젝트는 실행을 돕기 위한 방식이어야 했다.
매주 무언가를 반드시 완성해야 한다는 의무가 되면 오히려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일 자체가 피로해질 수 있다.
빠르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계속 붙잡고 싶을 만큼 궁금한 아이디어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답장 세탁소는 1차 UI 시안과 기획 단계에서 멈추기로 했다.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워서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기능을 줄이고 생성형 AI API를 연결하면 실제로 작동하는 모바일 웹 MVP까지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들 수 있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었다.
내가 이 서비스를 정말 만들고 싶은가?
사용자에게 별도의 서비스가 필요한가?
완성했을 때 충분한 배움이나 임팩트가 있는가?
세 질문에 모두 확신 있게 답하기 어려웠다.
이미 사용한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계속 만드는 것도 좋은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흥미가 없는 프로젝트를 완성 목록에 하나 더 추가하기 위해 붙잡고 있다면 그 시간 동안 더 궁금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놓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의 Pivot은 타겟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 아이디어를 조금 수정해 계속 제작
X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다음 가설로 이동
O
MVP의 목적이 아이디어를 빠르게 검증하는 것이라면 계속 만들 가치가 약하다는 결론도 하나의 유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답장 세탁소가 독립적인 서비스로는 약하더라도 향후 더 큰 소개팅 서비스 안의 작은 보조 기능으로는 활용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이유로 지금 당장 별도의 제품을 억지로 완성할 필요는 없었다.
빠르게 실행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지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속도만 높이면 필요성이 약한 결과물을 더 빠르게 만들 수도 있다.
7일이라는 기간은 실행 범위를 줄이는 기준이어야지 아이디어를 급하게 고르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됐다.
한국에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고 이어가는 일이 어렵다는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그 안에서 처음 선택한 작은 문제가 반드시 좋은 제품의 출발점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큰 문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고 이어가기 어렵다
첫 번째 가설
만나기 전 텍스트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
첫 번째 해결 방식
관계에 맞는 답장을 추천한다
검증 결과
불편은 존재하지만
독립 제품의 사용 동기는 약할 수 있다
큰 시장과 사회적 문제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좋은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사용자가 실제로 반복해서 막히는 지점과 지금 당장 해결하고 싶어 하는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찾아야 했다.
재미있는 서비스명과 3D 오브젝트, 애니메이션, 세계관을 추가한다고 해서 문제 자체가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서비스의 재미는 UI 장식보다 먼저 내가 해결하려는 문제와 아이디어 자체에서 시작돼야 했다.
처음부터 관심이 약한 문제를 선택한 뒤 재미있는 포장으로 보완하려고 하면 만드는 사람의 동기가 먼저 떨어질 수 있다.
첫 화면 카피를 여러 번 수정했지만 서비스의 필요성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좋은 서비스도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해 왜 필요한지 계속 길게 설명해야 하고 문구를 바꿔도 필요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 카피보다 아이디어를 먼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1차 시안을 만들지 않았다면 아이디어를 더 오래 붙잡고 있었을 수도 있다.
화면으로 구현해보면서 사용 과정의 번거로움, 결과의 약한 임팩트, 레퍼런스 의존성, 독립 서비스로서의 한계를 더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토타입은 정답을 완성하는 도구만이 아니었다. 잘못된 가설을 더 빠르게 발견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답장 지원 기능이 의미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별도의 웹서비스로 만들 필요가 있는지 더 큰 소개팅 서비스 안의 보조 기능이면 충분한지는 다른 문제였다.
유용한 기능이다
≠
독립적인 제품이 되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품과 기능을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남은 핵심 결과는 작동하는 웹서비스가 아니었다.
이 아이디어는 지금 더 만들지 않아도 된다.
이 판단 역시 Product Discovery 과정에서 얻은 결과였다.
실행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완성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아이디어를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이 항상 좋은 실행은 아니다. 때로는 멈춰야 할 시점을 판단하고 다음 실험으로 이동하는 것도 실행의 일부다.
다음 프로젝트부터는 일주일이라는 일정에 맞는 아이디어를 급하게 찾기보다 아래 질문을 먼저 확인하려고 한다.
| 확인할 질문 | 확인하려는 것 |
|---|---|
| 이 아이디어가 정말 나에게 재미있는가 | 외부 반응이 아니라 나의 실제 호기심 |
| 해결하려는 문제가 충분히 강한가 | 단순 불편과 서비스가 필요한 문제의 구분 |
| 큰 문제에서 실제로 가장 먼저 막히는 지점이 맞는가 | 상위 문제와 세부 가설 사이의 연결 |
| 사용자가 기존 행동을 바꿀 이유가 있는가 | 실제 사용 동기 |
| 범용 AI나 기존 도구로 쉽게 대체되지 않는가 | 별도 제품의 필요성 |
| 한 문장으로 사용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가 | 가치 제안의 명확성 |
| 이 문제가 아니라 해결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 문제와 솔루션의 분리 |
| 독립 서비스가 필요한가 | 제품과 보조 기능의 구분 |
| 구체화할수록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는가 | 아이디어의 확장성과 깊이 |
| 프로토타입을 만든 뒤 에너지가 커졌는가 | 제작 동기의 지속 가능성 |
| 7일 프로젝트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고른 것은 아닌가 | 목표와 수단의 뒤바뀜 방지 |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특히 마지막 두 가지를 중요하게 보려고 한다.
기획과 프로토타입을 진행한 뒤에도 더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지 아니면 실제 구현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지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내가 느끼는 에너지 역시 아이디어를 판단하는 하나의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답장 세탁소는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은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7일 1프로젝트의 의미를 일주일마다 하나의 완성된 서비스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짧은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타겟과 문제를 정의하고 기능과 사용자 흐름을 설계하고 프로토타입을 통해 계속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과정도 하나의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의 개수를 억지로 늘리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궁금하고 필요하다고 느끼고 계속 만들고 싶은 아이디어를 만났을 때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재미가 없는 아이디어를 억지로 재미있게 만들기보다 처음부터 내가 더 알아보고 싶은 문제를 선택하는 것
큰 문제를 발견했다고 곧바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가 가장 강하게 막히는 지점을 찾는 것
필요성이 약한 서비스를 완성 목록에 추가하기보다 더 좋은 가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과감하게 자리를 비워두는 것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서비스가 아니었다.
다음 프로젝트를 더 잘 고르기 위한 기준이었다.